|
<종이 동물원>
엄마가 만들어준 종이 동물들은 엄마의 숨결을 불어넣으면 살아 움직인다.
어린 시절에는 장난감이 없어도 이 종이 동물들과 함께하면 즐거웠다.
그러나 점점 자라고 실제 친구들을 접하면서
외국인인 엄마와 거리를 멀리하게 되고, 무시하게 되고, 소홀해지게 된다.
결국 암에 걸린 엄마는 마지막까지도 자식에게 애타고 안쓰러운 마음뿐이지만
자식은 그때까지도 다른 생각뿐이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엄마가 종이호랑이에 남긴 편지를 보고
자식은 뒤늦게 후회하고 용서를 구한다.
<천생연분>
지금도 우리는 각종 기계와 사람에 의해 정보를 수집당하고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에 대한 정보가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있다.
이 단편에서는 인공지능을 항상 가지고 다닐 수 있다.
인공지능과 대화하고 의견을 구하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시대.
내 상황에 맞춰서, 내 기분에 맞춰서 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까지도 맞춰서 추천해주는 그런 시대.
이런 상황을 편하다고 받아들이는 사람과 개인 정보의 침해로 여겨 피하는 사람들이
만나는 과정과 나아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즐거운 사냥을 하길>
한 번 보면 사랑에 빠질만한 미모를 가지고 있는 요물.
그녀는 자신에게 사랑에 빠진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그날도 사랑에 빠진 남자가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것을 알고 밤에 그의 집으로 방문한다.
그러나 그의 부모는 요괴 사냥꾼을 고용하였고, 결국 그녀는 자신의 집에서 사냥꾼에 의해 죽고 만다.
그 사냥꾼은 사냥을 할 때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갔다.
그녀의 집에는 그녀의 딸이 있었다.
서로 원망하고 적대적으로 할만도 한데 그의 아들과, 그녀의 딸은 아무도 모르게 가끔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아들은 기계를 만지는 사람이 되었고, 딸은 거물급 남자와 결혼을 했다.
거물급 남자와의 결혼 생활은 처음에는 좋았으나, 정상적이지 않은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는
남자에 의해 그녀의 몸은 점점 망가져 갔다.
그런 그녀가 사냥꾼의 아들을 찾아와 자신의 몸을 고치며 꿈을 이룬다.
<상태 변화>
이 시대의 사람들은 태어남과 동시에 영혼도 같이 태어난다.
영혼이 없어지거나 다 닳으면 죽는 것이다.
그 영혼은 담배일수도, 얼음일 수도 있다.
영혼이 얼음인 그녀는 그 얼음과 조금이라도 멀리 떨어져 있으면 일상생활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집에서도 사무실에서도 바로 옆에 냉장고가 있다.
얼음이 녹는 것이 무서워 일탈을 하거나 관심을 끄거나 하는 것이 힘들다.
그녀의 친구는 영혼이 담배이다.
클럽에서 놀면서 자신의 담배를 하나씩 피워나가는 그녀를 보면서 담배를 다 피우게 되면 어떻게 될지 무서워
말려보기도 하지만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담배를 20개피를 다 피우면 어떻게 될까.
정말 죽게 될까??
그러나 아니었다.
그녀의 영혼은 담배가 아닌 담뱃갑이었기 때문이다.
얼음이 녹을까 전전긍긍하던 그녀에게 그 이야기는 상태 변화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파자 점술사>
새로 전학 온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던 아이는
우연히 물소에 올라탔다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중국인 할아버지와 그의 손자.
아이는 그들과 만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단어를 가지고 점을 볼 수 있는 방법도 배우고 옛날이야기도 들으면서.
그러나 아이가 집에 돌아가서 할아버지와 이야기 한 내용 중에 이해가 가지 않는 단어를 아빠에게 물어보면서
불행은 시작되었다.
“재해권”이라는 단어였는데, 그 단어는 그 나라에서 반역을 드는 단체들이 사용하는 단어였나 보다..
아빠는 그 할아버지를 조사하고 체포하여 고문한다.
결국 그 과정에서 할아버지와 손자 모두 사망한다.
아이의 순수했고 즐거웠던 그 순간들과 그 사람들이 사라졌다.
<시뮬라크럼>
행복했던 순간을 영상으로 기록해 실제처럼 재생하는 방식은 시뮬라크럼.
딸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시뮬라크럼으로 만들어서 평생을 간직하고 재생한 아버지.
서로 오해와 불신으로 인해 사이가 틀어진 부녀는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연락을 하지 않는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어머니가 남긴 시뮬라크럼을 본 그녀는
아버지가 평생 그녀를 사랑했고 그리워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은 평생을 자라고 성장한다.
자라는 과정에서 부모의 기대에 어긋나는 부분도 있고
또는 기대를 뛰어넘는 부분도 있다.
자식의 사랑스러웠던 때를 기록하고 보관하는 것도 좋지만,
있는 그대로 자식의 모습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다.
'RECORD > 2023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멸종 직전의 우리 / 김나정 (0) | 2019.04.26 |
---|---|
덕혜옹주 / 권비영 (0) | 2019.04.16 |
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 / 코니 윌리스 (0) | 2019.03.20 |
[독서]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 비프케 로렌츠 (0) | 2019.03.06 |
[독서] 악마도 때론 인간일 뿐이다 / 한스 라트 (0) | 2019.03.05 |